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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밀양의 금시당과 백곡재. 밀양강의 굽이치는 물길을 그윽하게 내려다보는 자리에 있다. 금시당은 마당 끝에 있는 은행나무 노거수의 이파리가 온통 노랗게 물드는 가을도 좋지만, 한옥 처마 아래 200년 된 매화가 향을 뿜으며 그윽하게 꽃을 피우는 봄날의 정취도 그만이다. 밀양=글·사진 박경일 전임기자 parking@munhwa.com경남 밀양은 누구나 알지만, 거기 어떤 것들이 있는지 잘 모른다. 먼저 밀양을 대표하는 곳을 꼽아보자. 표충사, 영남루, 만어사, 위양지…. 여기다가 여름철이라면 피서객이 모이는 얼음골을, 가을에는 억새로 이름난 천황산과 재약산을 끼워 넣을 수 있겠다.밀양의 대표 명소라지만,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만큼 유명한 곳은 아니다. 여행 좀 다녀봤다는 이들도 이 중 절반쯤이나 알까. 밀양에는 압도적인 명소가 없다. 오해하지 마시길. 그렇다고 지역의 자산이 빈약한 건 절대로 아니다.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웬만큼 이름난 여행지보다 가진 게 훨씬 더 다양하고 많다. 꼭 봐야 하거나 들러야 할 대표명소가 없다는 건 대체로 약점이지만, 때로는 강점이 되기도 한다. 가장 큰 장점은 ‘선입견을 덧씌우지 않는다’는 것이다. 선입견 없는 여행은 자유롭다. 다들 가는 곳을 ‘나도 가는’ 식의 여행도 좋지만, 의무감 없는 이른바 ‘자기 주도 여행’이 필요한 때도 있다. 그럴 때 꺼내어 볼 수 있는 곳이 밀양이다. 정해준 코스를 그대로 따라가는 여행을 하지 않아도 되는 곳. 밀양 여행에서 만나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다.# 봄이라서 여기…밀양의 금시당밀양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정자와 서원, 고택과 재각이 곳곳에 있다. 깃든 얘기가 흥미진진한 곳도 있고, 안팎으로 경관이 빼어난 곳도 있다. 양수겸장. 경치와 이야기, 둘 다 갖춘 곳도 적잖다. 이만한 명소가 왜 아직 알려지지 않았는지 의아해질 만큼 근사한 곳들이다. 봄의 문턱을 넘어서면서 이즈음 고택 안팎에 매화며 벚꽃, 목련이 피어서 더 운치가 넘친다. 밀양에는 이런 곳들로 여정을 꽉 채울 수 있을 정도로 많다. 이야기의 맨 앞에 밀양강을 내려다보고 있는 ‘금시당 백곡재’를 끌어다 놓는다. 금시당과 백곡재는 각각의 현판을 건 두 채의 정자다. 금시당은 500여 년 전인 조선 명종 때 지금으로 치면 ‘대통령실 비서실장’쯤마치, 과거 낭만과 로망의 시대에 살고 있던 이들이 현 시대에 타임머신을 탄 채 불쑥 나타나 듯, 정태춘·박은옥은 옛 목소리와 감성을 여전히 품은 채 무대 위에 서 있었다. 두 사람은 올해 데뷔 45주년을 기념하는 문학 프로젝트를 선보인다. ‘2025 정태춘 박은옥 문학 프로젝트’는 4월 정태춘·박은옥 12집 정규 앨범 [집중호우 사이] 발매를 시작으로, 문학 콘서트 ‘나의 시, 나의 노래’ 전국 투어(5월 부산, 대구, 울산, 서울), 정태춘 붓글전 ‘노래여, 노래여’(6월 인사동), 정태춘 노래 시집 『집중호우 사이』 출간 등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사진 2025 정태춘 박은옥 문학 프로젝트) 단단한 벽을 허물다…12집 정규 앨범 [집중호우 사이]오는 4월에 발표하는 정태춘·박은옥의 12집 정규 앨범 [집중호우 사이]는 이번 프로젝트의 시작을 알린다. 2012년에 발표한 [바다로 가는 시내버스] 이후 13년 만에 선보이는 정규 앨범으로, ‘기러기’, ‘도리 강변에서’, ‘집중호우 사이’, 박은옥이 부르는 ‘민들레 시집’, ‘폭설, 동백의 노래’ 2곡까지 포함한 새 노래 10곡을 담았다. 정태춘·박은옥은 각각 1978년 ‘시인의 마을’과, 1989년 ‘회상’으로 가요계에 데뷔했다. 1980년 부부의 연을 맺으며 음악적 동료이자 삶의 동반자로 오랫동안 함께 활동해왔다. 정태춘은 한국적인 멋, 서정성 짙은 가사, 깊은 음색을 가진 싱어송라이터이자, 1980~90년대 한국사회의 모순과 그 저항을 노래로 표현하며, 실천해온 문화운동가이기도 하다. 데뷔 앨범 수록곡 ‘시인의 마을’, ‘촛불’이 큰 사랑을 받으며 대중의 주목을 받았지만, 이후 행보는 대중성과는 달랐다. 1990년에 발표한 비합법 음반 [아, 대한민국], [92 장마, 종로에서]를 통해 사전심의제도에 저항했고, 이는 1996년 사전심의제도 폐지(음반 및 비디오물에 관한 법률개정안)로 이어졌다. 이후 2007년 ‘한국대중음악상’ 공로상을 수상했고, 앨범 [시인의 마을], [아, 대한민국], [92년 장마, 종로에서] 등은 한국대중음악 100대 명반에 선정되었다. 정태춘은 언제나 영역의 벽을 허물어 왔다. 그의 노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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