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마지막 국·공영 탄광인 대한석탄공사 삼척 도계광업소 폐광이 불과 2개월여 앞으로 다가왔다. 석공 도계광업소에서는 석탄을 캐는 채탄 작업이 이미 지난 2월말 끝나면서 석탄을 실어나르는 광차가 멈춰선데 이어 갱도 안으로 바람을 불어넣는 장비도 밖으로 옮겨졌다. 폐광이 이제 기정사실화 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주민들은 생존권 대책없는 폐광 정책에 대해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삼척 도계 등 강원 남부권은 지난 198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한국 석탄산업의 중심지로, 국가 성장의 중요한 발판 역할을 했다. 하지만 1989년 석탄산업합리화 정책 이후 160여곳에 달하던 탄광들이 모두 사라지고, 오는 6월이면 민영탄광인 도계 경동 상덕광업소 1곳만 남게 된다.■폐광은 곧 실직으로 이어진다 국내 최대 석탄 생산지인 삼척시 도계읍은 말그대로 한국 석탄 산업의 흥망성쇠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과거 석탄산업이 전성기였던 1960~1980년만 해도 거주 인구가 4만~5만명에 달할 정도로 활기찼으나, 정부의 석탄산업합리화정책 이후 탄광들이 속속 문을 닫으면서 지금은 인구 1만명 선은 고사하고 겨우 8000명 중반 수준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석공 도계광업소까지 문을 닫으면 도계지역에 남은 탄광 노동자는 경동탄광 600여명에 불과하다. 주민들은 다가올 미래에 대한 희망을 잃은 채 정든 곳을 언제 떠나야 할 지 모른다는 불안감으로 밤잠을 설치고 있다. 실제 석탄공사 산하의 유일한 국내 탄광인 도계광업소가 오는 6월 말 폐광하면 삼척지역 경제적 피해는 5조6000억원 규모, 1685명의 대량 실업이 발생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시되고 있다. 게다가 큰 기대를 걸었던 정부의 고용위기지역 지정이 지난해 10월 불발되면서 지역 주민들은 ‘조기폐광지역 경제진흥사업’을 통한 생존권 마련을 요구하며 정부를 향해 연일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일자리가 사라지면 왕성한 경제활동을 펼쳐야 하는 20~40대 젊은 인구들의 유출이 가속화되면서 지역내 인구 불균형 현상도 가속화될 전망이다. 이미 도계지역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전체 인구의 35% 정도를 차지할 정도로 늙어가는 도시가 됐다. 삼척시 해안가 산책로인 보드워크 무대를 걷는 모델들. 장진영 기자 3일 오후 7시, 서늘한 강바람과 함께 해질 녘 어둠이 깔리자, 서울 잠실 한강공원에 설치된 회색 건물에 불이 켜졌다. 통창으로 도시의 불빛과 강이 보이는 가설 공간에선 음악과 함께 모델들이 일렁이는 강 물결처럼 유기적으로 등장했다. 48명의 모델들은 런웨이 중심에 설치된 지그재그형 나무 데크를 따라 여유로운 발걸음을 이어갔다. 행사는 프랑스 럭셔리 브랜드 에르메스가 ‘2025 봄·여름 남성복 컬렉션’을 선보이는 자리였다. 지난 2015년 고려대 화정체육관과 2019년 서울시립미술관에 이어 세 번째 한국 무대로 서울의 상징인 한강을 택했다.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렸던 패션쇼가 한국에서의 첫 남성복 쇼였고 이번이 두 번째다. 에르메스는 한 해 10여 차례 패션쇼를 여는 여타 브랜드와 달리 쇼를 제한적으로 선보인다. 다만 남성복 컬렉션의 경우, 매년 프랑스 파리에서 발표한 뒤 전 세계 단 한 곳을 정해 리피트 쇼(Repeat Show)를 연다. ‘리피트’지만 재현이 아닌 도시의 특성을 최대한 반영해 재구성하는 것이 특징. 도시마다 유치 경쟁이 치열한 행사 중 하나로 꼽히는 가운데, 이번 서울 낙점으로 한국 시장의 중요성과 한류의 영향력을 또 한 번 확인받았다는 분석이다. 3일 서울 잠실 한강공원에서 열린 에르메스의 2025 봄·여름 남성복 컬렉션 쇼. 컬렉션 주제인 물과 서울 도심의 상징성을 지닌 한강공원을 장소로 택했다. 장진영 기자 그런데 서울에서도 왜 한강공원이었을까. 패션쇼장은 브랜드의 철학과 쇼의 메시지를 대변하는 요소다. 컬렉션과의 연결점이 있어야 하는 동시에, 그 브랜드의 정체성과도 잘 부합해야 한다. 이번 패션쇼 역시 같은 맥락이다. 이번 컬렉션은 ‘에르메스 보드워크(Hermes Boardwalk)’란 컨셉으로 ‘바다와 도시를 아우르는 남성’을 테마로 잡았다. 에르메스 남성복 아티스틱 디렉터 베로니크 니샤니앙은 “자연과 도심을 오가는 남성의 스타일을 우아함이 공존하는 방식으로 표현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리고 도심과 자연이 공존하는 한강공원을 최적의 무대로 낙점한 것이다. 또한 에르메스는 브랜드의 장인정신을 유지하면서도 동시대적 감각을 반영하는 방식을 중요하게 여긴다. 현재의 서울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공간이 어디인